엔비디아 RTX 스파크 공개, 20년 칼 갈아온 젠슨 황의 복수

엔비디아 표 '개인용 컴퓨터'가 나옵니다. 엔비디아가 'RTX 스파크'라는 새로운 PC 플랫폼을 발표했는데요. 인텔이나 AMD CPU를 갖다 쓰는 게 아니라, CPU, GPU, 메인보드까지 싹 다 엔비디아가 직접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입니다.

이 컴퓨터는 에이수스, MSI, 델, HP는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상위 라인업인 '서피스 울트라'로도 출시됩니다. 애플이 맥북에 M 시리즈 칩을 넣어서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엔비디아도 윈도우 진영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차린 겁니다.

https://youtu.be/hO5w1Ix_H4s

왜 지금 PC일까?

엔비디아가 컴퓨터 만드는 게 큰 일이냐고요? 이건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컴퓨터의 트렌드는 단연 ‘AI'에 있습니다. 최근 애플 맥 미니가 구하기 어려울 만큼 불티나게 팔려나간 이유도, 컴퓨터 안에서 직접 비서 역할을 해주는 '에이전트 AI'를 돌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명령만 내리면 내 컴퓨터가 스스로 자료를 모으고, 이메일을 쓰고, 정보를 관리하는 환경입니다. 당연히 이 AI 연산을 가장 잘하는 엔비디아가 PC 시장의 중심에 서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요즘 조금 주춤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의 또 하나 큰 역할은 게이밍입니다. 이 역시 엔비디아의 주요 시장입니다. 이제 몇 기가 헤르츠 같은 식의 CPU 중심적인 컴퓨팅 성능보다 GPU의 코어 수, 메모리 용량 등이 컴퓨팅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서피스 랩톱 울트라의 ‘울트라’가 바로 엔비디아의 GPU의 위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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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엔비디아가 CPU도 만드나요?’

네, 스마트폰이나 맥북에 쓰이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엔비디아가 직접 프로세서를 설계했습니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RM 버전 윈도우로 돌아가기 때문에, 기존 앱들을 쓰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엔비디아는 이미 CPU와 GPU를 칩 하나로 통합한 기업용 미니 AI 워크스테이션인 'DGX 스파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DGX 스파크는 우분투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데, 같은 칩에 윈도우 운영체제를 깔고 일반인용 PC로 다듬은 게 바로 이번 'RTX 스파크’입니다.

Arm 기반 CPU와 윈도우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래 전 엔비디아 칩으로 만들었던 서피스 RT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더 그렇겠죠. 당시의 엔비디아 칩은 지금의 구조가 아니라 사실상 스마트폰의 칩을 바탕으로 윈도우를 실험적으로 돌리는 기기였습니다. 컴퓨팅이라는 관점보다는 전력 중심이었기 때문에 포지션도 아톰 그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엔비디아의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엔비디아의 칩을 쓴 실험적 컴퓨터였던 거죠.

하지만 이제 윈도우는 Arm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고 이제 Arm 기반 윈도우 PC도 성능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오히려 GPU가 이끄는 전체 컴퓨팅의 부분은 통합 메모리를 안고 대부분의 랩톱, 노트북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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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GPU의 그래픽 성능은 지포스 RTX 5070급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애플 실리콘처럼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는 '통합 메모리 구조'를 써서, RTX 5070의 약점인 작은 메모리에 비해 활용도가 높습니다. 풀HD 해상도의 노트북에서는 충분하고, 운영할 수 있는 AI 모델의 범위는 훨씬 클 겁니다.

작업 편의성도 완전히 바뀝니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키보드와 마우스의 시대가 저물 거라고 말합니다. 사진 한 장 띄워놓고 "피부 깨끗하게 해주고 표정은 미소 짓게 고쳐줘"라고 말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포토샵이나 프리미어를 열고 작업을 끝내는 세상이 열리는 겁니다. 이미 어도비, 캡컷, 블렌더, 다빈치 같은 도구들이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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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장에 대한 엔비디아의 복수

한편으로는 엔비디아의 컴퓨터를 보는 묘한 감정이 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애초 CPU의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인텔과 AMD에 맞서는 CPU를 만들고자 엔비디아를 창업했었지요. 하지만 실제로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또 특허와 생산 등 다양한 현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바로 그래픽카드였고, GPU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엔비디아의 PC에 대한 꿈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실제로 2000년을 즈음해서 엔비디아는 인텔과 AMD의 CPU를 꽂아 쓰는 메인보드를 직접 만들기도 했고, 맥스큐(Max-Q)라는 이름의 게이밍 노트북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기존 PC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참여를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2000년대 후반 엔비디아는 인텔과 꽤 날카로운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성능이 중요해지면서 엔비디아는 메인보드 칩셋에 GPU를 통합한 ‘엔포스(nForce)’라는 이름의 메인보드 칩셋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이야 기본적인 성능의 GPU가 CPU에 들어가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그래픽카드는 필수였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를 메인보드에 통합해서 메인보드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인텔이 펜티엄 프로세서용 메인보드를 만들 수 있는 라이선스를 무효화하면서 엔비디아의 PC 시장 진출에 선을 그어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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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 엔비디아가 지금 AI 시장을 이끌어가는 CUDA를 내놓고 이제 CPU에서 GPU로 컴퓨팅의 중심이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두 회사는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결국 엔비디아는 메인보드 사업을 정리했고, 대신 GPU 그 자체를 하나의 온전한 컴퓨터처럼 발전시키기 시작합니다. 돌아보면 이게 지금의 AI 왕국 엔비디아를 낳은 계기이지요.

결과야 어쨌든 당시 엔비디아는 사업적으로도, 자존심으로도 크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막 떠오르기 시작한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 역시 스마트폰의 특성상 ‘모뎀'이라는 큰 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CUDA를 기반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AI는 엔비디아에게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지금은 당시에 엔비디아를 서운하게 했던 모든 기업들이 반대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요.

결국 시장에서 성공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저 스스로도 발표만으로 통장의 여윳돈을 뒤적거릴 만큼 이 RTX 스파크는 매력적인 컴퓨터 플랫폼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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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엔비디아는 구조상 CPU 중심의 컴퓨팅 환경에서 ‘조연’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엔비디아는 CPU의 역할을 컴퓨팅보다는 운영체제와 GPU를 구동하는 밑바탕, 조연으로 만들고 GPU를 통한 진짜 컴퓨팅으로 PC 시장에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이 그림을 조금 삐딱하게 보면 20년 전 눈물을 쏟게 했던 인텔, 그리고 PC 시장에 대한 ‘군자의 복수’같기도 합니다. 돌고 돌아 첫 꿈을 이룬 엔비디아의 RTX 스파크 기반 PC들은 올가을에 나옵니다. 과연 인텔과 AMD가 지배하던 PC 시장에서 AI라는 새 패러다임을 안착시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