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디스크가 사라진다”
소니가 더 이상 디스크로 게임을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2028년 1월부터라고 시기도 못 박았습니다. 이제 게임은 오로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어요.
다른 이야기이고 아주 조심스럽지만 2028년 1월 그러면, 1월 23일, 아니면 조금 빠르면 2027년 12월3일 같은 때에 플레이스테이션 6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번 발표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5 게임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를 계기로 플레이스테이션 6는 아예 디스크 버전을 없애려는 빌드업처럼 볼 수도 있긴 합니다.
애초에 디지털 구매는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시작됐고, 이 모바일의 앱은 오래 전에는 패키지도 일부 있기도 했고, 카트리지 형태로 나올 때도 있긴 했어요. 하지만 대부분 라이선스를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앱스토어는 그 유통과 구입, 인증 같은 걸 하나로 묶은 서비스였어요.
하지만 게임은 어떤가요? 이건 출발 시점에 영향이 있지만 팩이나 카세트, 디스켓 같은 실물 패키지가 중요했습니다. 게임은 하나의 작품이고, 이를 소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기도 했어요. 패키지는 단순히 게임을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걸 갖고 있다는 상징성을 강하게 주는 상품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게임도 예술 작품이라면서요.
물론 디지털은 큰 흐름입니다. 소니는 말하죠. 이미 절반 이상, 아니 올해 들어서는 85%가 디지털로 구입하고 15%만 디스크를 산다고 합니다. 바이오하자드나 스트리트파이터, 프래그마타 같은 게임을 만드는 캡콤은 93%가 디지털이라고 하고,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같은 충성도 높은 프랜차이즈가 많은 스퀘어에닉스가 상황이 조금 나아서 디지털 비중이 80%정도라고 합니다.

말 못하고 속앓이하는 게임 판매점
가장 큰 문제는 리테일 시장입니다. 제 친구도 게임샵을 하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이제 사업을 접어야 할 때가 다가온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슬픈 일이에요. 이제 게임기는 온라인 쇼핑몰로 유통하고, 게임은 PS 스토어에서만 판매되는 단조로운 구조가 이뤄지면서 동네마다 있던 게임가게, 또 마트 한 구석에 있던 게임 코너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하나의 접점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유통망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게임이라는 걸 접하고 즐기는, 또 그래서 그 주제로 사람들이 모이는 하나의 문화가 사라지는 거에요.
소니는 좋습니다. 일단 유통이 한 군데로 모이니까 판매량 집계나 마케팅이 쉬워지고, 디스크의 생산, 유통, 재고 같은 부담도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건 독점 마켓의 가장 큰 장점이죠.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중고 거래가 차단된다는 거에요.
중고 게임은 게임 플랫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어요. 회전율이라고 하죠. 게임 하나가 생산되면 몇 명의 손을 타게 되는지에 대한 건데, 보통 2~3번에서 많게는 4번까지도 중고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요. 지금 보통 게임이 8만원씩 하는데,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 플랫폼 입장에서는 8만원에 한 번 팔리면 그게 4명에게 돌고 도는 동안 추가적인 수익을 거둘 수가 없어요. 게임 빨리 하시는 분들은 구입해서 첫 주말에 엔딩보고 1만원 정도 가격을 내려서 중고샵에 팔거나 당근하죠.
그래서 중고를 완전히 차단하면 아주 단순하게 3배 이상의 구매자가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매출도 커집니다. 100만 장 팔았다는 이야기가 300만 명이 즐겼다고 바뀌면 마케팅도 훨씬 유리해지겠죠.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 원을 내놓으면서 디스크를 계정에 귀속되도록 했었습니다. 엄청난 반발을 샀고, 소니도 이걸 비웃었었어요. PS4는 중고 거래를 환영한다, 디스크를 팔기도 하고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하는 건 중요한 경험이다라고 광고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옛 이야기가 되었네요.
다시 돌아보는 닌텐도의 ‘키카드’
닌텐도의 접근은 조금 다릅니다. 닌텐도 역시 디지털을 원하지만 아직도 패키지를 존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오프라인 패키지는 닌텐도의 부담이 훨씬 큽니다. 디스크는 몇 백원이면 찍지만 플래시메모리는 엄청나게 비싸거든요. 그럼에도 닌텐도는 이 리거시를 갖고 갑니다.
일단 욕을 먹고 있긴 하지만 키카드로 어느 정도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그 소유권을 양도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주었어요. 디지털로 유통하는 거지만 기존 패키지의 탠저블한 경험과 소유욕, 중고 거래 등을 모두 끌어안는 거죠. 지금 돌아보니 선녀인 거에요.
이것 뿐 아니라 게임 대여에도 진심입니다. 스위치에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게임을 빌려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직접 만나서 기기를 같이 두고 게임의 이융 권한을 넘겨주는 겁니다. 14일까지 빌려줄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원래대로 주인에게 돌아옵니다. 우리가 진짜 친구에게 게임 빌려주는 거랑 똑같은 걸 디지털에 구현해 놓은 거에요.
게임의 디지털 전환은 사실 이게 맞죠. 언젠가는 완전히 디지털로 넘어가겠지만 게임은 그냥 팔고 마는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고, 문화이고, 경험이거든요. 우리는 패미컴 이후 43년을 그렇게 게임을 문화로 만들어 왔단 말이에요. 게임의 수명은 단순히 몇 달, 몇 년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져요. 저도 일본에서 슈퍼마리오 정품 팩을 굿즈처럼 구입했는데 지금 패미컴도 갖고 있지 않고, 심지어 이 마리오 게임은 스위치 구독 서비스로 할 수 있지만 이걸 사면서 “와! 내가 슈퍼 마리오 게임을 샀다, 내거다!” 라는 심리적 상징성이 생긴 것입니다.
그 경험을 존중해주세요. 닌텐도는 본사도, 경영 주체도 일본이니 이런 문화를 고민하는 것이 보이지만 소니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미국이 중심이 되면서 게임의 문화를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아서 좀 슬픕니다. 쿠다라기 켄이 아직 소니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디지털 전환, 막을 수 없는 흐름, 소유권의 해석
물론 디지털 전환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 게임기의 성장을 함께 해 온 세대로서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을, 그 즐거움을 아직은 조금 더 남겨둘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거에요. 게임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도 사라지고, 그냥 라이브러리 하나 채우는 것으로 바뀌는 건 좀 슬프잖아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디지털로 구입한 건 진짜 내 거냐는 거에요. 우리는 아직 이 문제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했어요. 얼마 전에도 유비소프트가 더 크루의 라이선스를 회수하면서 문제가 됐어요. 더 크루는 온라인 라이브 게임인데 온라인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 게임을 아예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심지어 디지털 구매자들은 라이브러리에서 이 게임이 삭제됐고, 디스크 구매자들도 사실상 게임을 할 수 없는 쓰레기를 갖게 된 거거든요.

온라인 게임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몇 만원을 주고 구입한 게임에 대해서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심지어 그 내역까지 삭제시켜버리는 건 이게 내가 게임을 산 건가, 내 거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에요. 내가 낸 돈은 대여료인가, 구입 비용인가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서비스 플랫폼들은 디지털 콘텐츠가 구입이 아니라 사용권한, 라이선스를 주는 거다…라는 입장이에요. 그래야 나중에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이용자들의 소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소송도 이어지고 있고, 논란도 커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디지털 라이선스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습니다. 법으로 강제하기도 어려워요. 회사가 망했을 때 그 소유권을 어떻게 챙겨주라고 강제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법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캘리포니아 법원의 AB 2426 법안인데 디지털 콘텐츠를 진짜 구입하고, 완전히 소유권을 주는 게 아니라면 Buy, Purchase 그러니까 ‘구매’라고 쓰인 문구, 버튼 같은 걸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헷갈리게 하지 말고 라이선스, 이용권 등으로 아예 명확하게 표기하라는 거에요.
표기도 중요하죠. 그런데 뭐가 바뀌겠어요. 이제 게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빌려서 할 수도, 중고로 구입할 수도 없어요. 근본적인 디지털 소유권에 대한 문제들은 지금 철저히 공급자 입장에서만 결정되고 있는데, 소비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안을 두고 세계가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
결국 모든 건 바뀝니다. 게임의 디지털 전환도 소니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제한 게 아니라 시장이, 게이머들이 선택한 거긴 합니다. 뭐가 딱 옳고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긴 합니다. 어쩌면 이것도 대다수, 그리고 또 새로운 게미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냥 아쉬운 거죠. 스트리밍으로 음악, 영화가 잠깐의 휘발성 소비로 이어졌던 것처럼 이제 게임도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작품이라는 출발점에서 게임업계가 고민을 다시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좀 치사하지만 게임은 오랫동안 불법복제 시장이 아주 컸지만 이제는 뭐 기술적인 부분 뿐 아니라 시장의 의식도 높아지면서 우리 이제 더 이상 불법복제 안 쓰고 다 어떻게든 정품을 더 많이 사서 쓰고 있잖아요. 더 큰 수익을 원하는 게 기업이지만 지금의 게임 환경은 ‘즐거움’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키워온 공동의 플랫폼입니다.



